ARTIST NOTE
작가노트
나는 코끼리를 통해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코끼리는 혼자 살아가는 동물이 아니다.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며 서로를 보호하고, 어린 개체를 함께 돌보고, 느린 걸음에 맞추어 함께 이동한다. 내게 코끼리는 단순하게 동물의 형상이 아니라 가족이며, 동료이며,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작품 속 코끼리들은 한 방향을 바라보며 걷는다.
특히 긴 화면 안에 이어지는 코끼리의 행렬은 가족이기도 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가는 예술가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그리고 싶은 ‘함께’는 모두가 같아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속도와 모습, 서로 다른 생각과 삶을 가진 존재들이 각자의 자리를 인정하고 배려하면서도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경쟁하거나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존재를 존중하며 함께 꿈꾸고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그리고 싶다.
최근 작품에 등장하는 항아리는 이러한 마음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담아내는 그릇이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항아리에 귀한 것을 담고, 달과 별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어왔다. 나의 항아리 안에는 가족의 행복과 예술가들의 꿈을 담았다. 작품 속에서 함께 걷고 있는 모든 존재가 자신의 자리에서 온전히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삶에 좋은 기운과 복이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항아리는 단순한 정물이 아니라
꿈을 담는 그릇이자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의 형태이다.
달과 별, 오로라와 밤하늘 역시 같은 의미를 가진다.
깊은 밤일수록 별이 더욱 선명하게 빛나듯,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존재들의 꿈과 희망을 화면 안에서 빛으로 남기고 싶었다.
모든 작품은 내가 지속해 온 백층기법으로 제작한다.
모래와 바인더, 아크릴 등 여러 재료를 쌓고 덮으며 만들어진 표면 위에 다시 색과 형상을 올린다. 반복해서 쌓이는 층과 흔적은 오랜 시간을 지나 만들어지는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단단한 질감 위로 펼쳐지는 밤하늘과 흰 코끼리들은 서로 다른 물성과 대비되며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존재들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결국 내가 그리고 있는 것은 코끼리도, 항아리도 아니다.
가족이 서로의 삶을 지지하는 마음,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곁을 내어주는 마음,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다.
나의 그림 속 존재들이 향하는 곳은 특정한 장소가 아니다.
서로를 해치지 않고, 각자의 존재를 존중하며, 자신이 품은 꿈을 잃지 않은 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곳.
나는 그곳을 "낙원(Utopia)"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길 위에 함께 서 있는 모든 이들의
행복과 꿈, 그리고 만복을 기원한다.
THE ARTIST
김서연의 작업 세계
김서연은 코끼리를 통해 가족과 동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최근 작품의 항아리는 행복과 꿈을 담는 그릇으로 등장합니다. 모래와 바인더, 아크릴 등 여러 재료를 쌓고 덮는 백층기법은 삶에 축적되는 시간과 흔적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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